
낯선 나라에 도착한 것 같은 오후
회기역과 외대앞 사이, 평범한 주택가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창백한 간판 하나 없이 조용히 자리한 ‘카페 신보’.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풍경은 마치 다른 나라에 잠깐 도착한 듯한 낯섦과 설렘이에요. 넓지 않은 공간, 낮게 깔린 조명, 일본과 동남아를 오가는 이국적인 소품들. 번잡한 카페 거리와는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흐르는 이곳에서, 신보는 무심한 듯 자기만의 감도를 유지합니다.
음악이 중심이 되는 카페, 그 흔치 않은 경험
신보는 ‘노래 잘 트는 카페’ 이상의 의미를 지녀요. 사장님의 취향이 묻어난 정제된 플레이리스트는 공간 전체를 사운드로 감싸고, 그 중심에는 조리대 자체를 스피커로 감싼 독특한 구조가 있어요. 마치 음악을 위해 설계된 공간 같달까요. 피아노 의자가 놓인 테이블, 영화 포스터 한 장, 곳곳에 놓인 턴테이블 감성의 디테일까지. 이곳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보다, 음악을 듣고, 분위기에 잠기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두 명이면 충분한, 혼자여도 괜찮은
내부는 아담하고 좌석은 주로 2인석 위주. 일부 자리는 1.5층 구조로 살짝 높낮이를 달리하며 시선의 즐거움을 더해줘요. 세계문학전집이 놓인 창가 자리나 안쪽의 단정한 테이블은 혼자 머무르기에도 충분히 좋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조용히 웨이팅이 생기기도 합니다. 입소문으로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곳이라는 게 괜히 들리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번쩍이는 요소 하나 없지만 그 자체로 포토 스폿이 되는 공간, 그게 신보입니다.
신보의 시그니처는 ‘이태원 커피’. 달콤하고 묵직한 라떼로, 무더운 날의 기분까지 단숨에 되살려줍니다. 함께 곁들이는 브라운치즈 토스트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매력적. 통밀빵 위에 치즈와 꿀이 어우러지고, 그릇은 마치 홍콩 카페에서 본 듯한 빈티지 스타일. 커피와 빵이 이토록 조용한 오후를 완성해주는 경험, 이문동의 신보에서는 흔한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