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을 그리는 청년들과 함께
남해에서 청년들의 일상은 어떻게 흐를까요? 남해 청년센터의 공은지 팀장은 “자립과 경험, 그리고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청년들의 삶을 함께 그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주에서의 미술감독 활동, 서울에서의 문화기획 경험을 거쳐 지금은 남해라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서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것들을 함께 실험하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는 시간들. 이곳에서는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의 삶의 결이 됩니다.
그 도시를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기
남해에 오기 전, 공은지 팀장은 문화예술 기획자이자 미술감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는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에서 착안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꼽습니다. 도시를 소리와 기억,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실험이었죠. “사람들의 감각과 마음으로 문학이 확장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참 좋았어요.” 문화가 사람의 감각을 일깨우고, 다시 그것이 공간과 지역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었던 순간. 그 경험은 지금의 청년센터 기획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습니다.
남해에서 시작된 기획 아닌 기획
공 팀장이 남해에 정착한 지는 벌써 5년. 처음에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했지만, 결정적인 전환점은 두모마을의 ‘팜프라’에서 일하면서였습니다. 기획자로 일하게 될 줄 알았던 첫날, 그는 콘크리트를 주문하고 생소한 건축용어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루베, 헤베, 폼타이… 낯선 언어들 속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시간은, 지금의 단단한 기반이 되었죠. “매번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즐거웠어요. 돌이켜보면, 저를 만든 가장 중요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청년센터에서 만든 네 가지 키워드
팜프라에서의 시간을 마친 뒤, 청년센터의 팀장 공고를 보게 된 그는 기획과 지역, 청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결을 시작합니다. 현재는 두 명의 팀원과 함께 센터를 운영하며, 먼저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올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단어는 연결, 성장, 자립, 공감. 이 키워드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행정의 정책이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닿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있죠.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의 무게
공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청년들이 청년센터의 ‘존재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노인회관, 복지관은 많지만 청년이 마음 놓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드물다는 현실 속에서, 청년센터는 그 빈자리를 채워줍니다. 중정이 있는 한옥 구조의 이곳은 청년들의 ‘나의 공간’으로서 기능하며,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환대의 장소가 됩니다. 팀원 모두가 진심으로 청년들을 맞이한다는 사실, 그게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청년으로 살아가는 것의 밀도
“서울처럼 큰 무대는 아니지만, 남해에서의 경험은 오히려 더 밀도 있게 쌓여간 것 같아요.” 공 팀장은 작은 지역에서의 삶이 결코 단조롭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신 경제적인 현실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존재하죠. 그 고민은 청년센터의 프로그램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고, 또 하나의 대화의 주제가 됩니다. 삶을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함께 나누는 고민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길
일과 삶을 구분짓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가고 있는 공 팀장은, 현재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 첫 책을 출간했고, 올해는 두 번째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써내려가는 일. “앞으로 다섯 권의 그림책을 완성하는 게 저의 작은 목표예요.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나만의 속도로 걷고 싶어요.” 그 속도는 빠르진 않아도 깊고,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 해당 콘텐츠는 남해관광문화재단과 트리퍼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