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지는 것들 사이에서 찾은 가능성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이 거침없는 외침이 현실이 되는 곳. 서울 망원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치던 소비 방식을 정면에서 다시 묻습니다. 스스로를 ‘알맹러’라고 부르는 이곳의 손님들은, 플라스틱 포장이 사라진 공간에서 직접 용기를 들고 와 세제, 샴푸, 화장품을 덜어갑니다. 소비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거점이 되는 셈이죠.
이 상점에서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은 ‘브리타 어택’, ‘화장품 어택’과 같은 캠페인을 통해 실제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상점 내에 위치한 ‘커뮤니티 자원회수센터’에서는 지난 2년간 8,000킬로그램이 넘는 자원을 재활용해냈습니다. 세 사람, 고금숙·이은주·양래교. 망원시장에서 ‘비닐봉투 줄이기’ 활동을 함께했던 그들이 모여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을 열었다는 점에서, 알맹상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닌 행동하는 철학의 집결지입니다.
빈 용기 하나면 충분한, 따뜻한 쇼핑
알맹상점에서는 모든 것이 포장되지 않은 채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선 손님이 직접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만큼의 상품을 담고, 그 무게에 따라 계산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샴푸와 세제부터 고체 치약, 비누, 친환경 수세미, 생분해 칫솔까지. 모든 상품은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졌고, 사용 후에도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가득합니다. 예쁜 고체 비누가 놓인 나무 선반, 리필을 위한 펌프가 정리된 공간, 필요한 정보를 담은 작은 팻말 하나까지도 이 공간이 얼마나 세심하게 구성됐는지를 보여줍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금세 적응할 수 있도록 동선과 설명이 친절하게 마련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제로웨이스트를 경험할 수 있는 문턱 낮은 실천의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줄이고, 안식은 채우는 곳
어떤 곳은 사러 갔다가 배우고, 또 어떤 곳은 그냥 스쳐 지나가려다 마음이 머물게 됩니다. 알맹상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손님들은 말합니다. “물건을 고르는 동안,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나는 왜 이걸 사는지를 스스로 묻게 됐어요.” 무언가를 덜어 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고, 포장재 하나에도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공간은 물건을 파는 상점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의 습관을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경험의 공간’입니다. 제품을 넘어 태도를 제안하고, 불편하지만 정직한 선택을 권유하는 곳이죠. 그렇게 알맹상점은 행동으로 변화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위에 사용된 이미지는 알맹상점 홈페이지 이미지를 후가공없이 그대로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