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지 않아도 괜찮아요, 균형이 만든 한 잔이니까
서울 삼성동 오피스타운 한가운데, 바쁜 일상 속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언더프레셔’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의 ‘기본’을 다시 묻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말하는 ‘기본’이란 원두 본연의 달콤함. 무작정 강한 로스팅으로 맛을 덮기보다, 생두 하나하나의 성격을 존중하며 로스팅 온도와 추출 시간을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그래서 언더프레셔의 에스프레소는 뜨겁지 않을 수 있어요. 커피의 쓴맛보다, 조화롭게 어우러진 단맛과 산미의 균형을 즐기게 되죠. 매장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부터 콜드브루 원액, 드립백, 캡슐 커피까지, 스페셜티 커피의 다양한 형태를 경험할 수 있어 일상의 어느 순간에도 언더프레셔의 철학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분명한 실천, 커피 그리고 순환의 이야기
언더프레셔는 제로웨이스트를 단지 하나의 선택이 아닌, ‘커피가 탄생하는 방식’에 아예 녹여낸 브랜드입니다. 커피 추출 후 생기는 커피박은 지역의 퇴비로 쓰이거나 버섯을 키우는 데 활용되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빨대를 사용합니다.
더불어 언더프레셔는 커피 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생두는 물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내추럴 가공법이 적용된 제품을 중심으로 선택하고,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우유만을 사용해 라떼 한 잔에도 지속가능성을 담아냅니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과 식기 또한 대량 생산품이 아닌, 도자기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소량 제작물. 더 만들어내지 않고, 지금 있는 것을 잘 사용하는 법을 실천하는 것이죠.
익숙함을 바꾸는 시작일지 몰라요
다른 친환경 카페를 다니다 보면 텀블러를 챙겨야 하고, 가끔은 컵홀더가 없기도 합니다. 친환경 패키지로 인해 익숙한 모습이 아니어서 낯설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은 소비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왜 늘 일회용을 썼을까?’ ‘라떼 한 잔의 뒷면에도 환경이 있었구나.’ 언더프레셔는 친절하게 설명하거나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공간의 디테일에 메시지를 담고, 작은 불편 속에서 커피가 가진 더 깊은 의미를 조용히 건넵니다. 이곳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실험하고, 변화 가능한 일상의 습관을 제안하는 ‘작은 실천의 장’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방식이죠.
* 위에 사용된 이미지는 언더프레셔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후가공없이 그대로 사용했습니다